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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중개일기

[중개일기] # 임대인 # 임차인 # 공인중개사

by 인생은고스톱 2020.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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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받으려는 임대인"

"더 깎으려는 세입자"

"그리고 그들을 속이려는 공인중개사"

 

2019년 10월 9일 한글날은 빨간 날, 모두가 여가와 휴식을 즐기고 있는 시간에 나는 사무실에 나왔다. 뭐, 주말에 출근을 안 하기 때문에 이 정도는 감수하려고 했었지만, 그래도 썩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는 건 사실이다. 중개업무에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부분 토요일은 일하고 일요일은 격주로 쉬는 부동산이 많다. 예전에는 365일 내내 안 쉬는 부동산도 많았다곤 하는데 서로 경쟁이 치열하고 힘들고 하니 그 지역 모임 부동산협회에서 규정을 만들어서 해당 협회에 속한 부동산들은 내부분 규정에 따라 격주 일요일은 휴무로 하고 있는 흐름이다. 근데 이게 또 아파트 밀집 부동산과 오피스 상권 부동산은 지역 특성이 있어 대부분 그렇다는 것이지 획일화된 법 같은 것은 아니다. 

내가 현재 일하고 있는 오피스 상권의 부동산은 일요일은 다 쉬고 토요일은 격주로 오픈한다. 내가 일하는 부동산은 토요일과 일요일은 쉰다. 하지만 빨간날 공휴일은 모두 출근을 하는데 이게 좀 아이러니하다. 

사장님 이야기를 한 번 들은적이 있는데 주말이나 휴일에 방문하는 손님은 진짜 손님이기 때문에 평소보단 좀 더 심혈을 기울여서 상담을 하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점심을 먹고, 예상대로 손님이 뜸한 오후 시간을 지나고 있을 때쯤 캐주얼 정장을 입고 갈색 뿔테와 단정한 옷차림을 하신 중년 신사분께서 들어오셨다. 자리로 안내하고 목을 축일 수 있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대접했다. 상담은 같이 일하시는 이 대표님 이 맡으셨는데(나이가 연장자라서 대표님이라고 부른다) 손님이 없고 지루해하던 찰나에 좋은 구경 거기가 생긴 참이라 이내 귀를 기울여 두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중년 신사분은 3년 전에 좋은 자리에 상가를 매수하신 임대인이셨고, 매도를 하면 어느 정도 가격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러 오셨다고 했다. 이내 자기의 속마음을 들킬까 봐 그리고 공인중개사에게 속지 않으리라는 굳은 결심을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받고 싶은 금액을 먼저 이야기하셨고 상담은 그렇게 간단한 시세와 현재 상권 그리고 약간의 줄다리기를 하면서 끝이 났다.

부동산에서 일을 하다 보면 손님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는데 바로 현재 경제상황과 시세 상권 흐름과는 상관없이 자기의 입장과 처지가 최우선이라는 태도이다. 더 받으려는 임대인, 좀 더 깎으려는 임차인 그리고 그 둘을 중개해야 하는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는 중개업의 성패가 달려있는 포인트 중의 포인트이다. 

사람들 인식 속에 좋지 않은 이미지로 각인되어있는 부동산중개업자라는 직업 특성 때문인지 사무실에 상담받으러 오시는 대부분의 고객분들은 자신의 사정을 속시원히 이야기하기보다는 공인중개사를 이용해서 자신의 물건을 좀 더 원하는 가격에 팔고자 하는 심리가 강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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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도 손님을 컨트롤할 수 있지만 손님도 공인중개사를 컨트롤할 수 있다."

일부 똑똑한 준 전문가 수준의 고객들은 부동산업에 오래 종사하셨던 공인중개사와의 대화에도 전혀 물러남 없이 오히려 본인이 살고 있는 업종과 지역에 대해선 공인중개사분들보다 더 뛰어난 식견과 지식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다. 공인 중개란 직업이 중개에 있다 보니 양쪽의 입장을 듣고 양쪽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계약을 향해 달려가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중개사란 직업을 가지고 있는 모든 분들이 해결해야 할 공통적인 과제가 아닌 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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