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쁘라삐룬"은 물러갔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가 없다. TV 화면 너머로 들리는 앵커의 목소리에 창 문 밖을 힐끗 쳐다본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가 내가 하는 다음 생각을 조정한다.
"오늘은....사무실 안에서 근무할 수 있겠구나"
하지만 하늘도 무심한 듯 오후가 되니 맑게 게인 하늘과 찌는 듯한 태양의 햇살이 사무실 안에서 일하는 나에게 나오라고 손짓한다. 공인중개사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땐 나는 이 일이 물건만 받고 물건 보러 오는 손님 차만 태워주고 보여주면 되는 일이구나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중개사 일에 몸을 담고 보니 물론 지역적인 특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내가 근무하는 이 사무실중개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지역처럼 물건 확보가 성패를 좌우해서 직접 발로 뛰지 않고 의자에 엉덩이만 붙여서는 그냥 밥만 먹고 살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 사장님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개업 공인중개사 중 20%는 망하고 60%는 밥만 먹고살고 20%가 돈을 번다. "
"그리고 그 중의 상위 3%의 공인중개사들 수입이 80%의 공인중개사들의 수입보다 많다."
잔인하게 들리기도 한 이 말은 중개업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승자 독식의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윌 스미스 주연의 "맨 인 블랙" 에서 나오는 '사람으로 위장한 외계인' 처럼 결재서류로 위장한 [사무실 임대]라는 전단지를 들고 복제한 사원증을 목에 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경비 아저씨에게 들키면 나는 지는 게임이다. 아무런 제약 없이 전단지를 사무실 앞에 놓고 나오면 미션 Clear. 내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르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 부분은 전단지 알바를 한 번이라도 하셨던 분들은 경험을 통해 아실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전단지를 돌리고 있는데 사람 인기척이 날때 왜 그렇게 긴장이 되는건지. 마치 죄 지은 사람처럼. 사무실에 전단지를 몰래 내려놓고 고개를 드는 순간 내가 피해야 하는 적이 나타났다.
" 엥~그런데 오늘은 어여쁜 적이다 ^^;"
"그나마 예쁜 아가씨와 눈이 마주쳐서 다행이다. "
"이런 곳에서 만나지 않았으면 전화번호를 물어봤을 텐데...아쉽다..."
나는 나쁜 짓을 하지 않고 떳떳한 사람인 듯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공인중개사 일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대게 처음 3개월 동안은 자기가 근무하는 지역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밖으로 외근을 나가라고 사장님들이 장려아닌 압박을 한다. 밖에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일하게 되는 지역의 1. 물건 위치 파악 2. 상권의 특성 3. 현재 경기 상황 파악 4. 유동인구를 파악할 수가 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바로 개업을 하시는 분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나 잘 알고 있는 곳에 중개사무소를 차린 이유도 위에 나열한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엉덩이 붙이고 공인중개사 일 하게 되면 평균을 면하지 못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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