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적한 오후. 출입문이 열리더니 엄마와 아들이 들어오고 내 앞에 앉는다. 아직까진 손님이 두려운 초보 중개사인 나는 가슴이 '쿵쾅쿵쾅' 대지만 애써 긴장감을 숨기고 운을 뗀다.
"어떻게 오셨나요?"
"네! 오피스텔 좀 알아보려구요"
엄마가 대답하고 아들은 눈치를 본다. 내가 일하는 중개사무소 근처에는 지식산업센터 즉 대기업 IT회사 지역으로 봄이나 가을 뿐만 아니라 경력직도 상시채용하는 회사들이 많아서 오피스텔 문의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우리사무실에서는 예전에는 오피스텔 중개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주로 취급하는 사무실과 상가만 해도 충분히 매출이 나왔기 때문에 번거롭고 매출금액도 적은 오피스텔 손님이 오면 다른 부동산에 손님을 소개시켜 주곤 했다는데 내가 입사하고 나서 내가 일을 배울 수 있게 사장님이 배려해주신 덕분에 우리사무실에서도 오피스텔 손님이 오면 응대를 하게 되었다.
대충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제 막 졸업한 듯 보이는 젊은 아들은 최근에 취업 합격 통보를 받은듯 보였고 어머니는 아들이 못 미더워 오피스텔을 같이 봐주러 올라온 모양세였다.
"여기 주변 오피스텔 시세가 어떻게 되나요?"
어머니는 본인에겐 익숙한 질문인 듯 나에게 물어본다.
"네! 여기 오피스텔은 보증금 1000 만원에 월세 110 만원이구요...."
"이쪽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5만원...여긴 75만원에 이렇게 가격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엄마와 아들에게 간략하게 브리핑을 하니 아들이 대답을 한다.
"여기는 회사랑 너무 가깝고 이쪽은 회사랑 너무 머네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5만원짜리로 알아봐 주세요"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골랐으니 이제 내가 할 일은 재빨리 그 물건을 우리 사무실에서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한다. 엑셀 파일로 만들어진 매물장을 들여다봤지만 없다. 이럴 땐 서둘러 텐(Ten) 이라는 중개프로그램을 연다.
[텐(Ten) 이란]
텐(Ten)이라는 프로그램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전국에 있는 중개사들이 올려놓은 공동중개 매물을 볼 수 있는 부동산 전용 프로그램이다. 지역마다 쓰는 프로그램이 차이가 있겠지만 일단 내가 일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텐을 쓴다. 이 프로그램은 중개사무소로 등록된 중개업소에만 일정 비용을 내고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볼 수 없다.
재빨리 조건검색을 통해서 해당 오피스텔 물건을 검색하자 물건에 대한 보증금 월세 그리고 간략한 설명과 함께 물건을 올려놓은 중개업소 전화번호가 뜬다. 전화 다이얼을 누르면서 물어볼 것들을 간략히 정리해 본다.
[상대부동산에 전화할 때]
(해당 물건이 오피스텔인 경우)
- 첫번째. 일단 물건이 살아있는지 확인한다. (대부분 물건은 이미 계약이 되었지만 중개사분들이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 두번째. 전입신고가 가능한지 물어본다. (오피스텔은 주거용 오피스텔과 사무용 오피스텔로 구분이 되는데 사무용 오피스텔은 전입신고가 되지 않는다.)
-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오피스텔에 임차한 임차인의 경우 임대인에 대한 법적 대항력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전입신고가 되지 않는 오피스텔을 임차할 경우에 공인중개사는 이를 반드시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오피스텔의 원래 의미는 오피스+호텔의 줄임말로 낮에는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저녁에는 숙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된 건축물을 뜻한다
[지난간 경험담을 잠깐 회상해보자면]
공인중개사가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객과 오피스텔 물건을 보러 나갔는데 고객이 나한테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오피스텔과 원룸의 차이점이 뭐예요?"
"잉????"
생각해보니 나도 궁금했던 부분이었지만 나한테 당장 급하게 알아야 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소홀히 넘어갔었던 부분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그렇지 않지 않은가. 고객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해결해주는게 내 일이 아니었던가. 개인적으로 중개업은 부동산전문가가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됐던 경험이었다
- 오피스텔의 특징과 원룸과의 차이점도 따로 포스팅 할 계획입니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주시기를 물어본다. 손님은 우리 중개사무소에 있고 물건은 다른 중개사무소에 있는 상태에서 계약이 이루어진면 중개업 용어로 '반타' 라고 칭한다. 자연스레 손님과 물건을 동시에 확보하게 되면 중개업 용어로 '양타'라고 부른다. 양타계약인 물건의 입주시기와 손님의 컨디션에 대한 정보가 우리에게 있다면 모르겠지만 반타 계약은 반드시 입주시기를 따져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애써 노력한 결과물이 헛되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릴수도 있기 때문이다.
손님이 가격도 생각해두었던 금액이었고 물건입주날짜도 맞았고 모든 조건이 부합해서 나의 첫 계약은 순조롭게 성사가 되었다. 공동중개의 좋은점은 상대부동산 (물건지 부동산)에서 계약을 전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초보공인중개사라면 상대방 부동산이 계약하는 내용과 절차등을 유심히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동산 > 중개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개일기] # 임대인 # 임차인 # 공인중개사 (0) | 2020.05.09 |
---|---|
[중개일기] # 공급면적 # 전용면적 # 중개실무 (0) | 2020.05.09 |
[중개일기] #찌라시 #전단지 (0) | 2020.05.08 |
[중개일기] #첫 출근 # 중개인생활 # 공인중개사 (0) | 2020.05.08 |
댓글